혼돈. 방황. 과연 이기는 길은..

요즘 여러모로 정신없는 형국입니다.

밤엔 나가고, 새벽에 들어와서 자고..일어나서 나가고.. 이 생활을 며칠 반복하다보니 글하나 쓸시간도, 취미생활에 할애할 시간도 없이, 밤낮 바뀐건 당연한거고, 밥타임, 똥타임도 어긋나서 몸도 많이 축나네요--; 그건 비단 저 뿐만 아니라 시위에 참가하시는 대다수 분들이 겪고 있는 문제겠지요. 솔직히 지칩니다. 큰일이예요.

사람이 체력적으로 지치면 정신적으로도 지친다고 했던가요. 그래서인지 시위대 분위기가 요 며칠사이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좀 격해졌지요. 그게 몇 사람의 선동에 의해서 그렇게 된거든 아니든 그 시작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위대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말 어떡해야 할까요.

이대로는 아무리봐도 승기가 안보이는데 말입니다.(허당말고..;)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나가는것도 좋지만 이쯤에서 좀 진지하게 방법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시위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정도로 뭔가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냥 간단하게 개인적으로 생각의 정리를 해봐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누구나 그렇지 않습니까, 자기가 납득 못하겠는 행동에 힘을 빌려 줄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런 개인적인 상황판단입니다.

지금 이 범 국가적인 대립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야기를 좀 쉽게 하기 위해서 규모를 좀 줄여, 각 집단을 개인대 개인으로 대입해보면 상황은 딱 이걸껍니다.

밤에 길가에서 공무원 'A'와 동네주민 'B'가 싸움이 붙었습니다. 어떤 싸움이나 다 그렇듯이 시작은 별거 아닌 이유였습니다. 지나가다가 얼굴이나 본 김에 공무원에게 동네주민이 요즘 민원 처리가 너무 늦다고 살짝 한소리 한거지요. 그런데 그 A가 그냥 처음에 '아예, 죄송합니다, 앞으로 좀 잘할께요.'하며 웃는 얼굴로 받아 줬다면 싸움까지 가지는 않았을껀데, 그냥 콧방귀 뀌며 '뭐 그정도 가지고'하며 무시해버린겁니다. B는 열이 받았지요, 그래서 이젠 민원처리뿐만 아니라, 요즘 하고 있는 갖가지 행정들중에 불만스러운걸 다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맘에 안들고 저것도 맘에 안들고 요것도 맘에 안든다.'고요. 하지만 그 A는 '너야 떠들어라, 난 모르겠다'며 아예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 버린겁니다.
 그러니 B는 열이 받지요. 그래서 점점 거친소리가 나오고 공무원자리 그만 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A는 여전히 묵묵 부답. 혼자 계속 소리를 지르다보니 B는 힘도 들고 짜증도 나기 시작합니다. A 역시 계속 자기 발길을 잡아두는 B가 곱게 보이지 않지요. 결국 둘이 붙어 싸우게 되었는데, 심하게는 아니고, 서로 한두대씩만 치고 받게 됩니다. 그렇게되니 지금까지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 'C'가 달려들어 일단 둘을 떼어 놓습니다.
 그리고 B에게 말을 하지요. '참아라, 말로 하지 왜 주먹질이냐, 무슨일이 있어도 주먹질은 안되는거다.', B는 답답해 죽겠습니다. C에게 그 소릴 왜 나한테만 하냐고 따져도 보지요. 하지만 A는 공무원이라 밤에 소동을 부리는 사람을 공권력으로 제압 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들고 나옵니다. 게다가 그 A가 검찰과도 연줄이 닿아 있어서 'B가 때린 한대'는 현행범으로 처벌을 할 수 있고, '자기가 때린 한대'는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 처리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더 미치겠는건, '저 사람 짤라'라고 관계기관에 민원을 넣어도 그 민원을 처리하는 사람이 A라서 절대 그 민원은 통과 되질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B의 사정이야 둘째치고, 지나가던 C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무마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게 아닙니다. 둘을 화해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흥분한 B를 묶어두면서, A보고 빨리 B앞에서 사라지라.'고 하는 겁니다. C는 단지 자기 앞에서 싸움나는거만 막고 싶은 것 뿐이거든요. 나중에 둘이 어떻게 되든지 현실적인 해결책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싸움만 막으면 됩니다. 그래서 일단 눈에 보이는 폭력을 휘두른 B를 막고, A보고 그냥 빨리 B랑 싸우지 말고 사라지라고 합니다. C로서는 그게 최선입니다.

하지만 A는 바쁠게 없습니다. B가 아무리 목청 높여 외쳐도, 귀막아버리면 그 뿐이고, 혹시라도 때린다면, 공권력이라는 명분으로 보복을 해주어도 되고, 정 귀찮으면 자기 몇대 맞은거 병원가서 엑스레이 찍은 다음 B를 입건 시켜버리면 그만입니다. 너무했다고 D,E,F등. 다른 동네 주민이 떠들어대도 역시 귀 막아 버리면 되니까요. 그런다고 자기자리가 위태해지는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과연 이 상황에서 B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흠.....

제가 좀 극단적으로 쓰긴했지만 정말 막막하네요. 지금까지는 모여서 목청 높여 외치기만 했던 시위대였으나, 그게 한달 넘게 지속되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대통령 때문에 심적으로 피곤해지고, 매일 시위한 덕에 육체적으로도 피곤해진 시위대는 이제 분열될 위기에 있습니다. 더이상 떠들기만해서는 아무것도 바뀌는게 없다는 생각으로 과격해진 사람도 있는가 하면, 과격해진 사람이 싫다는 이유로 더 이상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생기고, 피곤해서 더는 못나가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내부적인 이유가 복잡하든 어떻든, 이 상황이 바깥에서 보기에는 단지 시위대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일 뿐입니다. 시위대의 목소리가 작아지면 대통령의 목소리는 더 커지겠지요. 여기서 시위대가 와해되면 결국 승자는 대통령입니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내부 잡음을 줄이고 장기전으로 간다고 승산이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싸움은 초반에 화해하지 않으면 격해진 후에 급작스럽게 화해 할 수는 없습니다. 둘이 아예 더이상 얼굴 안보거나, 어느 한 쪽이 폭력에 굴복하거나, 둘보다 더 높은 제3자의 개입이 있기 전에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미 격해졌습니다. 한달간이나 말싸움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 얼굴 안보고 살 수도 없는 상대, 힘으로도 이길 수 없는 상대, 그렇다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우리는 이 싸움을 어떡하면 이길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있습니다. 그건 B와C, 그외 D,E,F....등등 모든 주민들이 합세하며 그 마을에서 A를 쫒아내버리는 겁니다. 전 국민이 100% 뜻을 모아서 대통령을 내쫒으면 됩니다. 전경들도 국민들과 뜻을 같이해서 바리케이트를 치지 말고, 국회의원도, 법원도 국민들과 뜻을 모아서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동참만 해준다면, 이런 고생 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방법입니다. 현실은 오늘밤도 달라지지 않을껍니다. 전경들은 여전히 막아설꺼고, 대통령은 국민이 시위를 하든 말든 파란 기왓집에서 커텐 쳐버릴꺼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답답해서 속이 터지겠지요.

정말 어떡하면 좋을까요. 현실적이지 않은 '모든 사람의 의견 통일'이라는 대전제가 이뤄지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는걸까요. 방법이 없으니 이대로 손을 놓고 있어야하는 걸까요. 그렇다고 5년 후의 선거를 기다리기엔, 남은 기간이 너무너무 길고 무섭습니다.

ps. '문제 제기 만하고 대안도 없는 글' 이라고 비판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디다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아 써봅니다. 물론 촛불집회는 계속 나갈껍니다. 나가는 와중에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을 동참시킬 수 있는 대의 명분을 찾아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우리들은 모두 애초에 그를 그 자리에 앉힌 원죄를 지은 죄인인 것을요...

by ㅍㄹㄹ | 2008/06/09 18:16 | 기록 | 트랙백 | 덧글(0)

6월 5일 02 : 40분경, 시청 앞 시위 중 분신 자살 시도가 있었습니다.

방금 전 까지 시청 앞에서 시위하다가, 보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포스팅 합니다.

본 포스팅은 사실만을 담고 있으며, 어떠한 정치적 목적도 없음을 먼저 밝혀두는 바입니다.

------------------------------------------------------------

오늘 시청 앞에서 신호등 시위가 시작된 건 밤 11시 경이었습니다.

비가 그친뒤라 이틀 전 보다는 꽤 많은 분들이 함께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50대 가량의 아저씨가 술에 꽤 취한채 광장으로 오셔서, 특별한 시위 활동은 하지 않고, 횡단보도 앞의 광장 귀퉁이에 앉았습니다. 물론 그 곳에는 그 아저씨뿐 아니라, 시위하는 분들, 의료봉사 나오신 분들 모두 간간히 앉아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그 아저씨에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2시 30분경. 그 아저씨가 휴대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때마침 저도 허리가 좀 아파서 그 아저씨 옆에 앉아 쉬고 있었기 때문에 바람결에 그 아저씨의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분신 자살 할꺼야...'

처음엔 잘못 들었나 했습니다만, 이후 또 다른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무래도 대화를 들어보니 부인인거 같았습니다. 역시 말은 같았습니다. '오늘 여기서 분신해 죽을꺼다.'

아후.... 왜 그랬을까요.

왜 그 말을 좀 더 귀담아 듣지 않았을까요.

그 아저씨가 손에 들고 있던 패트병이 정말 휘발유(or신너)일꺼라는 생각은 왜 안했던 걸까요.

아저씨는 잠시간 혼자 중얼 중얼 거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패트병을 자기 머리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 순간 주위에 세워두었던 촛불과 만나 확...

...바로 옆에서 사람이 불탔습니다.

터지는 비명.

옆으로 다가가던 분들도 세분정도 불이 옮겨 붙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주위에 있던 시위대분들과 합세하여 아저씨 몸에 붙은 불을 끄고, 주위 분들이 119에 신고 할동안, 의료봉사나오신 여성분은 시위대가 마시던 물병들로 아저씨 몸을 식히고, 기도를 확보. 저랑 다른 남자분들은 합세하여 바지를 찢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아저씨를 잡고 있었습니다.

일단 분명한 건 구급차에 실려가실 때까지 숨은 쉬고 계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경찰들과 소방서 대원들이 나와 폴리스 라인치고, 현장 사진 찍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에 TV카메라나 비디오 카메라로 찍고 계신 분은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저씨는 저희 시위대와 어떠한 행동도 같이 하지 않으셨습니다. 불을 지르는 순간에도 정치적 발언이나, 개인적인 불만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시위대 분들이 30여분 계셨으나 자기가 왜 분신 하겠다는건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갑자기 몸에 휘발유(신너일지도 모름)를 부었습니다.

그 아저씨의 행동에는 적어도 시위대에게 밝힌 정치적 행동은 없었습니다.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는게 보통 사건은 아닙니다만, 그런 행동을 한 동기에 대해서는 거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거듭 밝히지만 그 아저씨는 어떤 정치적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시위대와 같이 구호를 외친적도 없었습니다. 단지 앉아서 옆사람들과 잠깐 떠들고, 구호품으로 나온 음식받아먹고 잠시간 앉아 있었던 것 뿐입니다.

내일 뉴스에 어떻게 발표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제가 본 것 대로, 있었던 일을 기록해 두고자 포스팅을 올립니다.

'과격한 시위대, 분신자살 소동' 이런 기사만큼은 절대 안났으면 좋겠습니다.

by ㅍㄹㄹ | 2008/06/05 04:10 | 기록 | 트랙백 | 덧글(8)

내 이럴 줄 알았다--;

靑 “촛불 줄었다, 내일 한 번 보자”


그래 이럴 것 같았다.

이래서 내가 이틀 전 비오던 날 밤, 아득바득 밤새도록 시위한거다.

저 님하는 분명, 집회 머릿수가 조금이라도 줄면 그걸 꼭 걸고 넘어질 것 같더라.

그래서 밤샌거다.

집회 인원이 10만명씩 쏟아져 나올때는 나 하나쯤은 있으나 마나다.(그렇다고 모두 다 그런생각으로 빠지자는 말은 아니다. 괜한 오해 사기 싫어서 덧붙인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20여 남짓한 사람들만 집회를 하고 있다면, 거기서 나 하나의 머릿수는 굉장히 중요해진다.

그 날, 비도 오는데 계속 남아서 명박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이 너무도 자랑스러워서.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은 머릿수 밖에 없기에, 끝까지 남아 있었다.

물론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나갈꺼지만 이제 비오는 날은 이유가 없다. 무조건 100% 출석이다.

다시는 저딴식으로 생각 못하게 확실히 보여줘야한다.

by ㅍㄹㄹ | 2008/06/04 17:46 | 트랙백 | 덧글(2)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